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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욕 날만 되면 우리 집은 조용한 긴장감에 휩싸인다. 강아지도 뭔가 촉이 오는지 목욕용품을 꺼내는 순간부터 자리를 피해 도망 다닌다. 결국 잡아서 욕실로 데려오면, 이미 다리엔 힘이 풀린 채 눈으로 나를 말린다. “진짜 꼭 해야 해?”라는 듯한 표정이 너무 웃기다. 하지만 일단 물을 뿌리기 시작하면 포기한 듯 얌전히 있는 편이다. 다만 샴푸칠할 때마다 몸을 비틀며 빠져나가려 하는 모습은 매번 전쟁이다. 한 손으로는 강아지를 붙잡고, 한 손으로는 물 온도를 조절하면서 땀이 날 정도로 바쁘다. 그러고 나면 털에 물이 흥건하게 젖은 채, 온몸을 털어대기 시작하는데… 주변 벽, 거울, 내 얼굴까지 물이 다 튄다. 그래도 깨끗해진 모습으로 수건에 싸여 내 품에 안길 때면, 뿌듯함이 밀려온다. 목욕이 끝나고 나서도 강아지는 에너지가 넘쳐서 집안을 미친 듯이 뛰어다닌다. 이 시끌벅적한 하루, 힘들어도 매달 한 번은 꼭 있는 대청소 이벤트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