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목차


    우리 강아지는 목욕이 끝나면 늘 똑같은 행동을 한다. 수건으로 물기를 닦고, 드라이기를 대기 전에 잠깐 한눈을 팔면 바로 도망가서 소파 위로 뛰어든다. 물기 잔뜩 묻은 털로 소파를 이리저리 비비며 구르는 모습은 마치 “나 이제 자유야!”라고 외치는 것 같다. 그 모습이 너무 귀엽기도 하지만, 속으로는 “아… 커버 또 빨아야 하네” 싶은 생각이 동시에 든다. 사실 이 행동은 단순히 반항이라기보다는 젖은 몸을 말리고 냄새를 덮으려는 본능이라고 한다. 샴푸 냄새가 익숙하지 않아서 자신만의 체취를 다시 묻히려는 행동이라는 것. 알고 나면 나름의 이유가 있어 이해가 되지만, 소파나 이불 위를 피해 다니는 건 여전히 쉽지 않다. 그래서 요즘은 목욕 후 소파 위에 수건을 미리 깔아두거나, 문을 닫아 접근을 막고 드라이까지 완료한 뒤 풀어주는 식으로 바꿨다. 그랬더니 나름 순응하는 모습이다. 강아지도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나는 집안 청소를 덜 하게 되는 절묘한 타협점이랄까. 이 작은 실랑이도, 어느새 우리 집의 일상 풍경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