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욕을 마치고 나면, 갑자기 강아지가 미친 듯이 집안을 뛰어다니는 모습을 본 적 있는가? 우리 강아지도 그렇다. 욕실에서 수건으로 물기를 닦고, 드라이기까지 마치면 갑자기 변신한 듯 복도와 거실, 소파 위를 정신없이 달린다. 처음엔 이게 뭐지? 싶었지만, 이제는 거의 ‘목욕 후 공식 코스’처럼 받아들이고 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이건 ‘FRAP(폭발적 에너지 방출)’이라고 불리는 행동이라고 한다. 목욕 동안 억눌렸던 긴장감과 스트레스, 그리고 젖은 몸에 대한 이질감을 한 번에 푸는 방식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우리 강아지도 털이 어느 정도 마르고 나면 스스로 침대에 올라가 한참을 핥고 구르며 진정한다. 이 과정을 거친 뒤엔 곤히 잠이 드는 모습이 꼭 어린아이 같다. 집안을 뛰어다니는 그 짧은 시간 동안 ..
우리 강아지는 평소엔 착하고 순한 편이지만, 목욕만큼은 유독 거부감이 심하다. 물소리만 들리면 숨어버리고, 욕실 문 앞에서는 리드를 잡아도 절대 안 움직이려 한다. 그래서 나는 요즘 간식을 활용한 ‘심리전’ 전략을 쓰기 시작했다. 우선 목욕 전에는 간식을 보여주면서 욕실 문 근처까지 자연스럽게 유도한다. 문턱까지 왔을 때 ‘앉아’를 시키고, 성공하면 바로 간식을 준다. 그러면 욕실 문 앞에 대한 거부감이 조금씩 줄어든다. 다음에는 욕실 안으로 한 발 들어오면 또 하나, 몸에 물을 묻히기 시작하면 또 하나. 이렇게 세분화된 보상으로 긍정적 기억을 심어주는 게 핵심이다. 한 번에 많은 걸 시도하기보다, 작은 단계마다 간식으로 칭찬해주면 강아지도 ‘목욕=나쁜 것’이라는 인식이 조금씩 바뀌는 걸 느낄 수 있다...
강아지를 키우다 보면 정말 알 수 없는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우리 강아지 역시 목욕은 극도로 싫어하지만, 드라이기는 좋아한다. 욕실에 데려갈 때는 필사적으로 도망가고, 문 앞에서 다리를 벌리고 버티기도 한다. 그런데 목욕이 끝나고 드라이기 소리를 켜면, 마치 무대에 오르는 것처럼 털썩 앉아 내 쪽으로 고개를 돌린다. 바람이 나오기 시작하면 눈을 감고, 몸을 맡긴 채 가만히 있는다. 특히 따뜻한 바람이 몸에 닿을 때면 기분 좋은 듯 꼬리를 천천히 흔들기까지 한다. 나중엔 드라이기 바람을 직접 쐬려고 얼굴을 바람 쪽으로 들이밀기까지 한다. 이런 모습이 너무 대조적이라 매번 웃음이 난다. 왜 싫어하는 건 욕실이고, 좋아하는 건 드라이기일까? 아마도 물에 젖는 촉감은 불편하고, 따뜻한 바람은 안정감을 주는..
목욕 날만 되면 우리 집은 조용한 긴장감에 휩싸인다. 강아지도 뭔가 촉이 오는지 목욕용품을 꺼내는 순간부터 자리를 피해 도망 다닌다. 결국 잡아서 욕실로 데려오면, 이미 다리엔 힘이 풀린 채 눈으로 나를 말린다. “진짜 꼭 해야 해?”라는 듯한 표정이 너무 웃기다. 하지만 일단 물을 뿌리기 시작하면 포기한 듯 얌전히 있는 편이다. 다만 샴푸칠할 때마다 몸을 비틀며 빠져나가려 하는 모습은 매번 전쟁이다. 한 손으로는 강아지를 붙잡고, 한 손으로는 물 온도를 조절하면서 땀이 날 정도로 바쁘다. 그러고 나면 털에 물이 흥건하게 젖은 채, 온몸을 털어대기 시작하는데… 주변 벽, 거울, 내 얼굴까지 물이 다 튄다. 그래도 깨끗해진 모습으로 수건에 싸여 내 품에 안길 때면, 뿌듯함이 밀려온다. 목욕이 끝나고 나서도..
강아지는 시간을 정확히 기억한다는 말이 있다. 우리 강아지를 보면 정말 그 말이 맞다는 걸 느낀다. 매일 저녁 7시쯤만 되면 어김없이 나를 응시하기 시작한다. 처음엔 그냥 우연인가 했지만, 지금은 확실하다. 산책 시간이 다가오면 미리 자리를 잡고 앉아 나를 바라본다. 가끔은 고개를 갸웃하거나, 앞발로 내 다리를 톡톡 치기도 한다. 마치 “지금이야, 안 나가?”라고 말하는 것 같다. 나도 피곤한 날엔 누워 있고 싶을 때가 있지만, 그 눈빛을 보면 결국 못 이기는 척 일어난다. 현관으로 다가가 신발을 신으려 하면 강아지는 꼬리를 힘차게 흔들며 리드 줄이 걸려 있는 곳으로 뛰어간다. 그 순간이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모른다. 결국 오늘도 녀석의 눈빛에 진 채 함께 집을 나선다. 그렇게 시작된 산책은 나에게도 결국..
하루 일과를 마치고 집에 돌아와 강아지와 함께하는 저녁 산책은 내게 있어 가장 평화로운 시간이다. 해가 지고 거리의 불빛이 하나둘 켜질 때쯤, 우리 둘은 조용히 동네를 걷는다. 바쁜 낮과는 달리 저녁 시간은 한결 느긋하고 차분한 분위기라 강아지도, 나도 더 여유롭게 걷게 된다. 평소에는 리드를 당기며 신나게 뛰던 강아지도 저녁 산책 땐 오히려 천천히 주변 냄새를 음미하듯 걷는다. 특히 조용한 공원을 지나칠 땐 풀밭에 앉아 멍하니 앉아 있기도 한다. 나는 그런 모습을 옆에서 바라보며, 하루 동안의 피로와 생각들을 천천히 정리한다. 스마트폰도 보지 않고, 음악도 꺼두고, 오직 발소리와 바람 소리만 들리는 시간. 그러다 보면 강아지가 내 다리에 기대 잠시 머무르기도 하고, 뒤돌아 나를 확인하며 꼬리를 흔들기도..